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따뜻했던 연애, 그리고 깊어져 간 신뢰
"그 사람은 64세, 이름은 박성철.
같은 교회 봉사팀이었지만 처음엔 그냥 얼굴만 아는 정도였어요.
그런데 늘 제가 무거운 걸 들고 있으면
‘어르신, 이건 제가 들게요’ 하고 달려와주고,
정리할 때도 ‘이렇게 세심하신 분, 요즘 보기 드뭅니다’ 하며 웃곤 했죠.
그의 말투는 조용하고 단정했어요.
자극적인 농담은 절대 하지 않았고,
늘 제 눈을 바라보며, 천천히 말하는 사람이었어요.
그게 저에겐 너무 낯설고 따뜻했죠.
처음 그와 단둘이 대화를 나눈 건,
비 오는 주일 오후, 교회 마당에 함께 우산을 쓰고 서있던 순간이었어요.
'우산이 작네요. 제가 가까이 가도 될까요?'
그 말에 웃음이 났지만, 심장이 콩 하고 울렸습니다.
그는 그렇게 아주 조심스럽게, 제 삶 안으로 들어왔어요.
그날 이후, 한 번은 주말 아침에 전화가 왔습니다.
'혹시 오늘 시간 되시면, 근처 호수공원 산책 어떠세요?'
그때 제 머리는 '이 나이에 무슨 산책이야' 하면서도,
입은 '좋아요'라고 말하고 있더군요.
그날 공원에서 그는 보온병에 직접 끓인 유자차를 가져왔어요.
‘집에 혼자 계시다 보면 이런 따뜻한 차 잘 안 드시죠?’
그 말에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어요.
누군가가 내 하루를 이렇게 신경 써주는 게… 얼마나 오랜만인지.
그 뒤로 우린 매주 토요일마다 만났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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